[TECH & BEYOND/13.10.24] 만해와 스티브 잡스가 만나면? - CT(문화공학) 명문으로 거듭난다 -

관리자
2013-12-18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한 동국대가 문화공학(CT)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동국대는 한국 영화의 뿌리인 충무로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문화, 영화, 예술 등 인문학에 강점을 보여 온 대학교다. 한국 근현대 문학사를 이끈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서정주, 조정래, 박경리 등이 모두 동국대 출신이다. 이처럼 탄탄한 문화적 배경에 IT를 결합시킴으로써 다양한 융·복합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컴퓨터 특수영상 명가로 거듭나
대표적인 예가 첨단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다. 동국대는 최근 컴퓨터 특수영상 개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정모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열악한 국내 CG 환경 속에서도 연구개발(R&D)에 매진해 꾸준한 성과를 거둬 왔다. 2011년 영화 ‘7광구’ CG 작업에 이어 중국 영화 ‘적인걸’에도 참여 중이다.
그가 작업한 유체 시뮬레이션 영상은 VFX(Visual F/X, 특수효과영상)에서도 고난도 작업으로 분류된다. 불이나 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 CG를 구현하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해 만든다. 최근 홍 교수는 그가 개발한 컴퓨터 특수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해 화제가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국내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을 위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프로그램을 선뜻 공개한 것이다. 홍 교수는 “기존의 소프트웨어는 일반 그래픽 디자이너가 다루기엔 굉장히 복잡하다. VFX를 하려면 물리학과 수학을 알아야 한다. 그래픽디자이너가 프로그래밍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환경에서 그 정도 인재가 드물다. 그래서 개발한 방식이 예제 기반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뽀로로가 물을 맞는 장면이 필요하다면 관련 예제를 선택하면 그대로 적용된다. 교과서가 아닌 족보를 주는 방식인 셈이다. 홍 교수의 프로그램은 직관적인 작업이 가능하고 대부분 콘텐츠가 예제에서 벗어나지 않아 활용성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
 

                           1 홍정모 교수팀이 제작한 영화 7광구 장면 중 괴물이 불타는 장면. 2 한국타이어 광고 중 하수도에서 내려온 물이 타이어가  

                           지나가면서 물이 깨끗해진 장면을 시뮬레이션한 영상. 3 홍정모 교수 연구실에서 만들고 있는 시뮬레이터의 데모영상 스냅샷.


산학협력 통한 융·복합 인재 양성
이뿐만 아니다. 산·학 협력을 통한 융·복합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2년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에 선정돼 5년간 2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사업을 수행 중이다. 산·학 협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화, 디지털 콘텐츠, 정보통신, 인쇄산업 등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서울시 중구 필동에 위치한 동국대 충무로 영상센터에 LINC사업단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LINC사업단에서 크게 세 종류의 융·복합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첫 번째는 다빈치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2학기부터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공대생에게 부족한 예술이나 경영과 관련된 소양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전병훈 동국대 LINC사업단 교육 담당 교수는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캡스톤 디자인(융·복합형 프로그램으로, 산업체와 연계해 특정 과제를 부여하고 그 과제에 따라 학생이 팀을 만들면 인턴십을 통해 배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면 부족한 부분이 여실히 보인다. 특허를 만들고 상품을 개발하는 건 뛰어나지만 실제로 물건을 팔 때 수요 조사 등 경영에 필요한 마인드가 부족하다”면서 “다빈치 프로그램으로 융·복합 마인드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번째는 콜럼버스 프로그램으로, 경영학도나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창업학 연계 전공 교과를 개설해 올해 하반기까지 프로그램 기획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콜럼버스 프로그램은 공대 교수가 교과를 담당하지만 수업은 경영대 학생이 듣는 형태로 운영된다.

예술 관련 프로그램은 내년 초에 시행할 계획으로, 콘텐츠 기획이라는 교과를 만들어 진행한다. 다빈치 프로그램처럼 학년별 교과가 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올해까진 전체 윤곽을 만들고 내년부터 학생을 뽑을 계획이다.
 

 

                     영화영상 편집 모습

 

엔지니어를 위한 아틀리에도 설립
동국대 충무로 영상센터에 들어선 엔지니어즈아틀리에(Engineer’s Atelier)도 동국대의 융·복합 연구의 일환이다. 유명 예술가를 중심으로 밀도 높은 도제식 교육, 작품 제작 및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는 ‘아틀리에’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산·학 밀착형 엔터테인먼트 컴퓨팅 연구센터를 구축해 교수, 학생, 문화콘텐츠 관련 입주 업체가 협력한다. 창업보육센터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는데 기존 창업보육센터가 기업 중심이라면 아틀리에는 교수 중심으로 구성된다.

2012년 9개의 아틀리에가 입주한 이후 융·복합형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각효과 기술개발 모바일 증강현실, 스마트헬스케어 콘텐츠, 원격 앱 개발 솔루션, 전자책 제작, 전자책 콘텐츠 공모전, NFC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콘텐츠 서비스 시스템, 스마트 전자안경 연구, 질병검사진단 칩 개발, 3D 입체영상 아카데미, 3D콘텐츠 프로모션, 자동차정비 훈련을 위한 스마트 러닝 서비스 기술, 지능형 교육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전 교수는 “기업, 학교, 학생이 연결되는 아틀리에는 학교 특성상 문화와 연계해 진행된다. 기업, 학교, 학생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연결되는 곳”이라면서 “융·복합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비해 벤치마킹할 사례가 아직까진 많지 않다. 동국대만의 고유 영역이 무엇인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접목해 나가는 단계다”라고 덧붙였다.
 
연구 인프라 확충 나선다
이러한 시도들은 동국대가 2000년대 후반부터 추진해 온 이공계 연구 인프라 확대의 연장선상에 있다. 동국대는 2012년 서울캠퍼스에 신공학관과 일산캠퍼스에 약학관, 산학협력관, 종합강의동을 각각 세우고 교수 연구실·강의실·세미나실·실험실 등을 대폭 확충했다.

신공학관의 경우 연면적 2만 3075㎡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IT, 전자기기, 반도체 관련 학과 연구실과 실험실로 이용된다. 동국대는 신공학관 완공에 이어 기존의 공대 건물도 리모델링에 나서서 첨단 연구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또한 융·복합 교육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교양교육 혁신 프로그램도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 인문학과 공학을 통섭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1학년 때부터 집중 교육한다.

유권준 전략홍보팀 담당자는 “동국대는 그동안 강세를 보여 온 인문학 교육 전통에 융합형 이공계 교육을 더해 이공계와 인문학을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연구 인프라 확대로 융·복합 연구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mini interview]
● 홍정모 컴퓨터공학과 교수
 

 

 

홍정모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한국 유체시뮬레이션 1세대다. 그는 동국대가 중점 육성하는 CT 분야의 촉망받는 미래 동력으로 꼽힌다. 홍 교수는 론 페드코(Ron Fedkiw)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지도 아래 포스트 닥터(post doctor) 과정을 밟으며 한국에 돌아가 CT(문화공학)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페드코 교수는 유체 시뮬레이션을 최초로 시도한 ‘터미테이터3’를 만든 주인공이다. 다음은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미국에서 연구를 계속해도 됐을 텐데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미국에선 스탠퍼드대 박사가 영화를 만든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공학 박사들이 컴퓨터그래픽(CG) 회사에 많이 들어간다. 아카데미영화상 기술상 부문을 교수들이 타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CG 업계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사업화할 수도 있었다.
외국에선 VFX 영상개발 프로그램은 카피당 가격이 수백만 원을 넘는 고가의 애플리케이션(앱)이다. 한국에선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할 만한 기반을 갖춘 곳도, 인재도 찾기 어렵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수주한 ‘레고 블럭형 통합 VFX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유체시뮬레이션 엔진을 개발했다. 열악한 국내 개발 현실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시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 몇 푼 버는 것보다 기술을 공개하고 사용자층을 확보해서 한국 CG 제작 콘텐츠 능력이 한 단계 상승했다는 평을 받고 싶다.

 

국내 CG 업계가 그 정도로 열악한가.
이합집산과 부침이 심하다. 한국 영화 자본은 CJ에서 나오지만 CJ에선 한국 콘텐츠 제작 기술엔 별 관심이 없다. 하청 정도로만 생각하고 동반자로 여기지 않다 보니 대우가 좋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계에서 뛰어난 교수들이 업계로 가지 않는다. 영화판 자체가 영화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고 일을 시키다 보니까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쳐 주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한국 CG 업계가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국가적 지원 없이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의 국가 예산 지원은 한류 콘텐츠 비중이 높은데 한류 아이돌 가수의 부가가치가 과연 장기로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기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업계에서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내놓는 것뿐이다. 기술 있는 연구개발(R&D) 인력이 일할 만한 회사가 많아지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www.technbeyond.co.kr/articleView.html?no=2013093010557182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