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15.06.01] 늙어가는 전통시장, 대학이 살린다

관리자
2015-06-10

늙어가는 전통시장, 대학이 살린다

중기청, 올해 ‘1시장 1대학’ 매칭… 청년상인 육성 팔 걷어


시장 특성파악 우선, 사업종료 이후 지속가능 방안 고민 필수
“시장과 청년 다 윈윈해야 바람직… 꿈 키우는 기회공간 돼야”

  
▲ 지난해 동국대는 다학제캡스톤디자인 교과목 일환으로 단대전통시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동국대 학생들이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제공=동국대)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상인 평균 나이 56세. 전통시장이 회춘을 앞두고 있다.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를 확보해 전통시장을 찾는 발걸음을 늘리고 궁극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일종의 ‘자구책’이다. 젊어져야 오래 살 수 있다.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반영해 점포 환경 개선은 물론 소비자 맞춤 특화상품과 ICT융합 콘텐츠 개발·생산까지 시도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도 ‘1시장-1대학’을 매칭한 ‘창조적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과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을 잇달아 발표했다. 

■ 지자체 “지역 내 전통시장 우리가 살린다” 대학과 자매결연에 청년상인 육성까지 = 전통시장과 대학협력사업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경기도는 1시장 1대학 자매결연 협약을 맺고 전통시장내 젊은 피 유입을 추진했다. 2012년까지 △안양 중앙시장-안양대 △안양 남부시장-성결대 △용인 중앙시장-명지대 △화성 사강시장-경희대 △부천 역곡북부시장-가톨릭대 △오산 중앙시장-한신대 등에서 ‘1시장 1대학 자매결연’을 맺었다. 당시 이들 대학들은 빈 점포를 활용한 시장환경 개선, 공동 마케팅, 특화 상품·거리 조성 등의 활동을 펼쳤다.

현재 경기도는 전통시장의 시설 현대화 사업과 함께 문화관관형 사업, 문화공연사업과 야시장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경기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눈에 띈다. △울산남창시장-울산대 △부산지역대학생-소상공인이 각각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시장 특색을 살린 시장 벽화 그림 공동작업을 추진하고, 부산지역 주류회사와 어묵회사와 공동으로 어묵특화 레시피를 개발했다.


  

▲ 지난해 동국대는 다학제캡스톤디자인 교과목 일환으로 단대전통시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동국대 학생들이 시장 벽면에 벽화로서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제공=동국대)


■ ‘캡스톤디자인’ 수업 무대로 활용… 창업과 현장실습 융합 = 지역사회를 무대로 대학교육과정을 풀어내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물론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까지 제고하기도 한다.

캡스톤디자인은 공대 3~4학년 학생들이 그간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주제를 설정해 결과물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동국대 학생들은 캡스톤디자인의 무대를 성남 모란시장으로 설정해 요리터·벽화·영화 등을 통한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오단대컵떡이나 젤봉이처럼 특화상품 개발하는 한편 블록·가변형의 자판대를 제작해 점포환경 개선에도 나섰다. 전통시장 영상 및 기부 앱 등 ICT융합 컨텐츠 개발도 이뤄졌다.

전병훈 동국대 청년기업가센터장(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소상공인과 신세계백화점의 지원을 받아 캡스톤디자인 사업을 진행했다. ‘창업캡스톤디자인’은 정규교과목으로 사업지속성에서 유리하다”며 “이론과 시뮬레이션에 국한되지 않고 실작업을 통해 현실감있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어 학습 효과도 배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성남의 단대전통시장과 동국대의 협력사업 활동은 최근 중기청의 ‘창조적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모범사례로 제시됐다.

■ “전통시장에서 일할 청년장사꾼 구합니다” =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전주남부시장 청년 장사꾼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지자체와 함께 총 3억원을 지원했다. 청년장사꾼 육성을 통한 전주한옥마을 관광객들의 남부시장 유인을 꾀한 것이다.

이곳에 모인 청년장사꾼들은 사회적기업 ‘이음’과 함께 남부시장의 유휴 공간을 정비하고 청년들에게 창업기회도 제공했다. 청년들은 전통시장에서 점포내 장사는 물론 창업 아카데미와 夜시장, 랩스토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몰에는 33개 점포가 자리하고 있다.

  
▲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제공=남부시장 번영회)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장터기획자 양소영씨는 “전통시장의 청년 유입은 시장 생태계 재조성을 이끈다. 전통시장에서 성장하면서 다음세대에 대한 준비가 이뤄질 수 있다. 이후 젊은 세대들이 시장 안에서 새로운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은 청년들이 ‘장사’만을 하려고 들어오는 곳은 아니다”며 “지금의 청년들이 살고자 하는 방향, 취업한 회사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서 시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사만을 위한 공간 아닌 청년들의 꿈 키우는 기회 공간돼야" = 올해 중기청이 새로 시작하는 ‘1시장-1대학’ 매칭 ‘창조적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과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도 종국엔 청년 성장의 발판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병훈 청년기업가센터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학생들이 활동하는 것은 ‘사회기여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며 “학생들은 전통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이곳에서 장사를 할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구축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는 시장과 학생들이 서로 상생하는 관계로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몰 장터기획자 양소영씨도 “시장은 단순히 장사만을 하는 곳이 아니다. 창업공간을 넘어 미래를 논의하는 모임의 장소로도 변신 가능하다. 우리 세대의 이야기, 콘텐츠를 얼마든지 생산해 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양 씨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2년 전 종료됐다. 상인과 청년장사꾼 조직이 자율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곳에 들어오기 전부터도 사업종료 이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 왔다. 따라서 이곳의 청년장사꾼에게 처음부터 ‘직접적인’ 지원은 최대한 배제하고, 청년몰의 전체에 대한 그림, 홍보와 마케팅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지속적으로 전통시장에 대해 청년들을 매칭하는 발상은 바람직하다”며 “무엇을 하든 기존 상인들과의 신뢰관계 형성이 먼저다. 신뢰를 형성한 후에 시장 안에서 무엇을 펼칠 수 있을지 다양한 학과들간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청 공영경제과 윤성수 전문위원은 “전통시장의 상인층 고령화가 지속되다보니 다양한 소비자들의 유입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청년들의 취향과 아이디어를 담은 환경시설 개선이 이뤄지고 점차 청년층 취향의 제품이 구성되고, 업종 변화로까지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을 외면했던 젊은 층 소비자들의 유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전통시장에서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통시장 내에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전통 시장 이외의 청년 창업 지원도 국가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 전통시장만큼 창업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도 별로 없다. 대규모 공간보다는 소규모 공간을 지향하면서 임대료 등 기초창업비용이 낮아 실패 리스크 또한 낮다”고 말했다.


  

▲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문화공연을 진행하고 있다.(제공=남부시장 번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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